스캇 펙의 <거짓의 사람들>을 보면 '악'이라는 존재에 대해 '죽음'과 관계된 것들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살인'과 관계된 것들이 '악'이라 꽤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요. 그 살인이란 것은 신체적인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닌, 정신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는, '심리가 만들어내는' 악의 모습입니다. 사회에서 일컬어지는 악의 모습은, 대부분 전자인 신체에 해를 끼치는 살인자들을 일컫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파고들어 보면 그것은 정신의 영역에 더 큰 실체로 다가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부분에 있어서 '학대'를 설명하는 부분도 위에서 설명한 악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반드시 '살인'을 저지르고, '죽음'을 경험하게 만듭니다.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학대는 신체 학대와 성 학대, 이 두 가지를 일컫습니다. 신체 학대와 성 학대 모두 신체적으로 심각한 흔적을 남기지만, 당한 이에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정신에 남아있는 학대의 흔적입니다. 학대의 나머지 두 가지인 정신 학대와 방임은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겪고 있는 아이들의 자아는 아주 서서히,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붕괴되면서 '정신적 죽음'을 경험하도록 만듭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있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어머니'입니다.
루이 쉬첸회퍼의 <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라는 책에는 정신적 학대를 하는 '어떤' 어머니들이 존재합니다. 책 속에서 지은이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그들의 문제와 그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은이는 책 속에서 그 네 가지 유형의 어머니들을 '모성애가 부족한' 어머니들이라고 규정지었습니다. 책 속의 어머니들은 어떤 유형이든지 아이에게 완전히 관심이 없거나(애정결핍형 어머니), 모든 걸 시키는 대로 하길 원하거나(권력형 어머니), 자신이 정해놓은 아이의 모습대로 형상화 하려 한다든가(자아도취형 어머니),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강조하면서 집착과도 같은 애정을 요구하는(희생형 어머니) 제각각의 방식으로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정신적 학대에 관여해 왔습니다.
<거짓의 사람들>에 등장하는 부모님들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형이 자살하는 데 쓰인 권총을 동생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겨 준 부모님이나,
아이의 선택권을 일체 용납하지 않는 부유한 집안의 부모님들까지.
<거짓의 사람들>에서 지은이 스캇 펙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이 있던 사이에서 악이 태어난 것이 아니라, 본래 악한 세상 사이에서 선이 태어나 뿌리내리고 자란다는 것이 신비스러운 일'이라고.
지은이가 가지고 있는 종교적 관점은 저와 맞지 않는 부분이지만, 그가 매우 개방적인 신념을 가지고 그 글을 썼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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